[11월 주제 : 더 다정한 세계를 위해]
주문, 배송, 도착. 간단하고 편리한 소비 생활 속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정진호 작가는 주문과 도착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여다본다. 바나나를 주문하면 택배 기사는 새벽에 출발해야 하고, 택배 기사가 새벽에 출발하려면 더 일찍 문을 연 주유소에 가야 하고, 주유소가 일찍 문을 열려면 주유소 직원은 더 일찍 지하철을 타야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밤중에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택배 기사, 주유소 직원, 철로 정비사, 식당 주인, 생선 가게 주인, 어부, 공장 노동자 등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모두 바나나가 더 ‘일찍’ 도착하도록 더 서두른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는 노동자들이 ‘일찍’ 움직일수록 더욱 빨라진다. 작가는 노동으로 연결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주면서 묻는다. ‘우리를 일찍 움직이게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