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일단 걸었습니다
퇴직, 일단 걸었습니다
  • 저자 : 조정선 지음
  • 출판사 : 수다
  • 발행연도 : 2021
  • ISBN : 9788996831266
  • 자료실 : [세곡마루]자료실
  • 청구기호 : 818-조74ㅌ
책 소개

37년간의 일터를 떠나며 27일간 걷고 생각하다
MBC RADIO 나서기 PD의 해파랑길 순례기
MBC RADIO 재직 시 글쓴이는 ‘나서기 PD’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담당하던 시절 모 후배가 “조 선배는 자기 프로그램에 꼭 나선다니까, 다른 데서 게스트로 써주지를 않으니”라고 일갈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지난 2020년 연말에 지은이는 37년간의 근속을 마치고 MBC RADIO를 퇴직했다. 1960년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 정년퇴직자 중 한 사람이다. “솔직히 좀 무섭고 겁도 났다. 무無의 시간, 백지의 공간에 뭐라도 채워야 할 것 같았다.”라고 그는 퇴직을 앞둔 심경을 표현했다. 그 “백지의 공간에 뭐라도 채워야 할 것 같은” 심정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을 결정하고 비행기 표와 함께 일정을 준비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실행이 어려워지고 대안을 찾던 중 맞춤한 국내 트레킹 코스인 해파랑길을 찾아낸다. 부산을 기점으로 통일전망대까지 총 770킬로미터 거리를 동해안을 따라 걷는 코스다.

출판사 서평

두 엄지손가락으로 기록한 일정과 심경
지은이는 단짝인 ‘해정 군’과 해파랑길 걷기를 함께하며 끼니를 챙기고 숙소를 정하는 등 하루하루의 일정과 소감을 스마트폰에 남겼다. 매일 걸은 거리와 함께 챙겨 먹은 끼니와 반주로 곁들인 주종과 양까지도 기록했다. 또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두 사람의 소식을 접한 동창, 학교나 직장 후배 등 이런저런 인연들이 그들의 트레킹을 응원하려고 등장하기 시작한다. 낮에 트레킹에 동참한 후에 저녁 식사에 반주로 시작된 한잔이 거나해지는 술자리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단출히 때로는 손님(?)을 맞으며 꼬박 27일간을 걸었다.
글쓴이가 ‘가능하면 매일 밤’ 남기려고 노력한 기록을 따라가 보면, 대학교 일 학년 때 놀러 갔던 부산 밤바다도, 새내기 PD 때 당시 정동 MBC 근방 생맥줏집도 읽힌다. 지은이와 단짝은 걸으며 부르기에 좋은 노래 베스트 5곡을 선정하기도 하고, 저녁에 반주로 즐기던 막걸리 품평회를 열기도 하며, 걸으면서 마주한 풍경들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이렇듯 유쾌한 에피소드들 사이사이에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말해도 되는’ MBC RADIO 간판 프로그램들의 숨은 비화와 일찍이 우리 곁을 떠난 이들(정영일 영화평론가, 가수 박상규 등)에 대한 회고도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진짜 즐거움은 ‘모르는 게 뭡니까?’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매우 훌륭한 입담’ 내지 ‘말을 재밌게 버무리는 솜씨’에 있다. 글이 술술 읽힌다. 글이 이만큼 재미있다면 ‘그의 말’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 텐가.
전직 음악 프로듀서인 덕분에 노래와 노랫말에 대한 분량이 많은 편. 노래에 얽힌 이야기나 노랫말이 실린 끝에 QR 코드를 얹어 놓아 확인 겸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퇴직은 사회생활의 끝은 아니다, 그러나 왠지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
공감이 불러온 유대감이 전해주는 응원 메시지!!
일정을 기록하려고 남기기 시작했던 이 책의 글 곳곳에서 ‘나서기 PD 조정선이 37년간 일해온 자기의 일과 일터를 얼마나 사랑했던가’를 발견할 수 있다. 생애 첫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맞은 일은 요즘 시대에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희귀한 행운처럼 보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사자로서는 심정적으로 이해 불가할지도 모를 일이다. 매일 드나들던 회사에 사무실에 있던 내 자리에… 다시는 일상인 듯 무심하게 가서 앉을 수 없다는 것, 그 단절. 그리하여 글 곳곳에 소심하게 결심을 털어놓고 있다.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겠노라고.
그의 시대 사람들이 일터를 떠나야 할 나이를 맞고 있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아낼 터이지만, 이렇게 그 시간을 가로지른 사람이 있음을 그의 기록으로 담아내려 했다. 온종일 힘들게 걷고 술 한잔에 취해 잠들었던 27일간의 고행이 37년이라는 시간과의 작별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기를. 그리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퇴직 후의 새로운 나날을 위해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이 되기를.

저자소개

저자 :  조정선

일곱 살 때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을 접하며 라디오에 눈을 떴다. 사춘기 무렵부터는 〈박원웅과 함께〉 〈3시의 다이얼〉 〈밤을 잊은 그대에게〉 같은 팝 프로그램에 빠져 지냈다. 음악 큐레이터를 꿈꾸며 1984년 MBC에 라디오 PD로 입사, 〈이종환의 디스크 쇼〉 〈이수만의 팝스 투나이트〉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주병진 노사연의 100분 쇼〉 등 37년 동안 수많은 방송을 맡았다. 연출 파워를 내세워 호시탐탐 담당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왔는데 〈배철수의 음악 캠프〉 PD 시절 모 후배가 “조 선배는 자기 프로그램에 꼭 나선다니까, 다른 데서 게스트로 써주지를 않으니”라고 일갈했다. 이런 소문이 방송가에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서기 PD’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급기야는 〈새벽다방〉 〈레트로 팝스〉 같은 심야 프로그램의 DJ로 전면에 나서게 된다. 라디오부국장 시절에는 느닷없이 ‘비틀스’를 소재로 한 음악방송의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스스로 기획, 연출, 작가, DJ를 자청하여 〈조PD의 비틀스 라디오〉로 2018년 대한민국 방송대상 라디오 음악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무대가 있으면 안 불러줘도 어디든 간다는 원조 관심종자 DNA와, 망치면 다음엔 잘하겠지 하는 대책 없는 벤처 정신으로 방송사 동료들로부터 찬사와 우려를 받았었다.
지난 2020년 12월 31일 정년퇴직하여,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대중음악 관련 강연과 함께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여전히 음주를 즐기면서 매일 10킬로미터 달리기로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