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의 한마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사람은 꽤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체가 어떤 방식으로 부패하는지, 장례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조금은 소름끼칠 정도로 유쾌하게 다루면서, 죽음에 대한 엉뚱한 질문에 과학적인 대답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고, 죽음 앞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죽음이란 게 무엇인지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삶을 조금 더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는 궁금했지만 어디에도 물어보지 못했던 장례식장 뒤편으로 사라진 시체들에 관한 이야기가 듬뿍 담겼다. 죽은 자의 눈이 뿌예지고 피부가 창백해지는 이유, 시신에서 피어나는 갖가지 색깔 쇼와 세균의 부패 작용, 몸이 빳빳하게 굳는 사후 경직의 단계, 죽은 살만 파먹고 뼈를 남기는 곤충 수시렁이, 적절한 매장 깊이와 토양의 종류, 혼수상태와 뇌사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주제가 다채롭다. 덧붙여 우리는 장례 지도사뿐 아니라 범죄 수사 드라마와 영화에 종종 등장했던 법의학자, 검시관 등 시체를 둘러싼 각기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된다.
혹자는 도티의 작업이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퍼뜨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기도 한다. 저자 스스로도 이를 경계했다. … 이 글을 통해 죽음에 호기심을 품는 일은 병적이거나 어딘가 망가졌음을 뜻하지 않으며,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배우고 받아들일 때 더 건강한 몸과 마음 상태를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의 긍정성 운동’을 주도하는 장례 지도사. 어린 시절 추락사한 아이를 목격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제대로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뒤, 화장터 운영자, 장례식 감독, 시신 운구 기사로 일하며 수천 구의 시체를 마주했다. 장례 학교에서 시신 방부 처리법을 배우고, 세계를 돌며 장례 풍습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를 바꾸고 죽음의 ‘경이로움’을 알리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대안적인 죽음 문화를 탐구하는 집단 ‘좋은 죽음 교단(The Order of the Good Death)’을 설립하여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고 있으며, 누적 조회 수 1억 7,000만(2021년 2월 기준)을 기록한 유튜브 채널 ‘장례 지도사에게 물어보세요(Ask A Mortician)’를 통해 죽음 이후의 모든 것에 관한 지식을 안내한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대중 강연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