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 저자 : 그레이슨 페리 지음 ; 정지인 옮김
  • 출판사 : 원더박스
  • 발행연도 : 2019
  • ISBN : 9788998602901
  • 자료실 : [도곡정보] 종합자료실
  • 청구기호 : 609.906-페298미
사서의 한마디

동시대 미술의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특유의 블랙 유머를 섞어 가며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또한 예술가의 내밀한 속마음을 작가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들려줍니다. 어떻게 하면 현대작품들이 미술관에 걸리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미술관에 걸리면 다 좋은 작품일까? 같은 질문들을 저희에게 던지게 해줍니다. 동시대 미술이라는 모호하고 현학적인 세계 전반을 아우르며 그 본질을 꿰뚫는 눈을 갖추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출판사 서평

나는 사람들이 미술관에 갈 때 떠올릴 만한 기본적인 질문들, 그러나 그런 걸 묻는다면 너무 무식해 보일까 봐 대개는 못 묻고 넘어가는 질문들을 이 책에서 던지고서 그에 답하고 싶다.”(12)

 

이게 예술 작품이라고?’

소변기가 예술 작품이 된 지 100년이 지났다. 그 후 전보로 초상화를 대신하고, 자기가 싼 똥을 캔에 담아 똥 무게에 해당하는 금값을 받고 파는 작가도 나타났다. 50년쯤 된 일이다. 요즘엔? 뒤샹의 그 유명한 소변기에 진짜 소변을 흘려 내려서 작품을 재상품화하고, 유명 배우를 유리 상자 속에 누워 있게 하고 사람들에게 감상하게 하는가 하면, 전시실에 가상의 상황을 마련해 두고 감상자가 그 상황에서 보이는 상호작용으로 작품이 매번 새롭게 완성되기도 한다(감상자의 상호작용까지 작품의 요소라는 뜻).

이런 흐름 속에서 예술가들은 창작하는 자유를 누렸겠지만, 감상자들은 점점 머리가 하얘졌다. ‘이게 예술 작품이라고?’ 미술관에 전시된 동시대 미술 작품 앞에서 보통의 감상자들은 당혹스러워한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보통의 감상자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러니 기죽을 일 없다.

 

나조차도, 특히 상업적 갤러리들은 여전히 꽤 위압적이라고 느낀다. 프런트 데스크에는 기가 죽을 정도로 시크한 갤러리의 여직원들이 버티고 있고, 어마어마하게 넓은 대지를 차지한 아주 비싸고 세련된 콘크리트 건물에서 신비롭고 난해한 물건 덩어리들을 두고 소리 죽여 표현하는 찬미의 분위기도 불편하다. 거기다 종종 거창하게 부풀려져 의미조차 불분명한 예술계의 용어들은 말할 것도 없다.(14)

 

미술계의 정회원(세계적인 도예가, 터너 상 수상자, 대영제국 3등급 훈장 보유자, 영국 왕립 미술원 회원)이자 이 책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를 쓴 그레이슨 페리의 고백이다.

 

우리는 예술과 예술 감상 앞에서 소심해지기 쉽다. 학술적, 역사적 지식을 두둑이 갖추지 못하면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독자 분들이 이 책에서 꼭 챙겨 갔으면 하는 메시지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예술 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조차도 그러지 않는가! 예술계라는 마피아 집단은 에섹스의 크로스드레서 도예가인 나조차도 그 세계에 받아들여 주었다.(10) 그러니까 전통적 형식의 도자기를 만드는 일조차 결국에는 환대받고 받아들여졌다.(118)

 

예술계의 이런 환대는 우리가 예술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감상자로서 우리는 모두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시도들을 보며 정신의 자유를 경험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 또한 독일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듯이, (형식의 한계가 사라지고 본질적으로는 평가가 필요 없어진)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을 더 진실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레이슨 페리는 바로 이것이 예술의 본질이라 말한다. 감상을 통해서든 표현을 통해서든 결국 우리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 게 예술이라는 뜻이다.

그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 같은 사람들이 좀 더 똑똑하고 좀 더 용감하고 좀 더 다정하게 예술계라는 에메랄드 시티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려고이 책을 썼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동시대 미술로의 초대장인 것이다. 나와 당신에게 날아온.

 

저자소개 : 그레이슨 페리

도자기와 태피스트리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아티스트. 2003년에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 미술상인 터너 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선정한 영국 문화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100가운데 32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는 예술 분야에서 영국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그는 크로스드레서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터너 상과 대영제국훈장을 받을 때도 아름다운 여성 드레스를 입은 걸로 화제가 되었다. 여성 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자신을 클레어로 명명한다.

2013년에 그는 시각 예술가로는 최초로 BBC 리스 강연에서 동시대 미술 이야기를 풀어냈다. 1948년부터 BBC 라디오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리스 강연에서는 스티븐 호킹, 버트런드 러셀, 마이클 샌델 같은 일급 지성들이 강단에 섰는데, 그레이슨 페리의 강연은 그 가운데서도 최고 인기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