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의 한마디
이 책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16년전 개〔犬〕에 대한 트라우마〔신생아가 대형견에 물려 사망하고 신생아를 구하려던 아버지(주인공)는 대형견에 물려 중태를 당하고, 신생아 할아버지는 아기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가던 중 뺑소니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사망함.〕로 인하여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주인공 진우가 그 치유를 위해 임상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치유를 위해서는 그때 당시를 기억하기 싫은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려야 하는데, 그 기억들이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지자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기억남) 그동안 조금이나마 아물었던 상처들이 오히려 덧나기 시작한다. 결국 진우의 이러한 기억의 되찾음에 따른 주변 사람들이 이 기억을 자기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므로서 그래서 책 제목에 “이기적(利己的)”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결국은 좋지 않은 기억, 지우고 싶은 기억, 과거는 과거일 뿐, 그것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통하여 깨닭음을 안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향해 나아 갔음 하는 바램일 것이다.
▶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이건 심리 미스터리 장르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작가의 장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미스터리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가 주목받는 시대에 드디어 장르 문학 작가님들에게도 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동안 한정적인 소재를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작가님들이 부쩍 늘어난 추세인 듯 보인다.
▶ 누구나 가진 ‘후회의 기억’, 그러나 꼭 후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후회를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가지는 존재론적 고민이다. 주인공 ‘진우’는 16년 전 기억을 지워버렸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잊어버린 그 기억의 흔적을 쫓아가면서, 애써 감추고자 했던 진실과 마주한다. 그러나, 잊혀질 자유, 기억될 권리, 지금의 나를 만든 장면들에 대한 기억을 왜곡하든 지우든 모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그 또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본능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들이 누구에겐 반갑기도 하고 아무개에겐 걱정하게 하지만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이 지금 시대에는 맞는다고 본다.
▶ 작가는 ‘이기적인 기억’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기로에서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능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의 일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때로는 안정된 현실을 뒤흔드는 폭탄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온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쩌면 객관적 ‘사실의 고증’보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기억’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기억의 편의적 조작이 단순히 자기 보호나 위안의 단계가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를 염려한다.
김경원 - 1986년 서울시 송파구에서 태어났다. 색이 다른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섞어 새로운 색으로 만들기를 좋아한다. 뻔한 것들을 뒤집어 보고, 낯선 필터를 씌워 새롭게 엮기를 즐긴다. 앞으로도 써보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하다.